어제 외출했던 아내가 현관문을 못연다. 안에서도 안 열린다. 안에 있는 사람이 갇힌 상황이 되었다. 비상시에도 탈출을 못하니 열쇠의 기본적 결함이다. 제품에 적혀있는 AS로 연락하니 사람이 왔다. 이미 제품 업체는 없어졌고 부품 교환으로 수리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단다. 쓰던 것은 이전에도 가끔 전원이 안들어 와 한참 기다려야 작동하곤 했다. 거기에 이런 치명적인 결함까지 있으니 바꾸기로 했다. 타제품 교체시엔 홈오토메이션과 연동이 안되어 자동 문열림이 안된단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첨단기기로 꾸며져 있음을 내세운다. 내가 사는 아파트도 10여년 전 분양 받을 때 그랬다. 하지만 전자제품 수명은 경험상 길어야 보통 십 년 남짓이다. 어떤 것은 그 전에 고장이 나기도 한다. 문제는 그 제품이 단종되거나 생산업체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통신허브, 빌트인 청소기, 디지털 도어록, 아파트 차량통제시스템 등이 그랬다.
대체품들은 기능은 더 좋아졌지만 호환이 안되어 기존 일부 기능이 안된다. 쓰던 제품을 포기해야 할 경우는 제거가 어려운 설치물은 군더더기가 된다. 기존제품이 있을 경우는 독점이기 때문에 소모품 값이나 수리비가 비싸다.
주택은 백년이상 가는 내구제다. 십년간 만이 첨단 기능이 보장된다면 첨단 아파트란 허한 것이다. 분양할 때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향후 전자제품들이 노후화 구식화되었을 때 대체나 업그레이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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