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항문 불쾌감이 가끔 생겼다. 좌욕을 자주 하고 연고도 발랐지만 차도가 없었다. 대항 전문병원에 가면 항문 검사 후 이상이 없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불편하게 지내다 슬며시 없어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며칠 전부터 항문 불쾌감이 생겼다. 오랫동안 앉아 있기 불편해 좌욕을 자주 하고 연고도 발랐지만 차도가 없다. 문득 소화가 안돼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났다. 배가 부르고 습관대로 아침에 변을 봤음에도 대변이 마려운 현상이 은근히 있었기 때문이다.
정로환과 소화제를 먹었다. 상비약으로 있던 일반의약품이다. 그리고선 항문 불쾌감이 없어졌다. 항문 불쾌감의 원인은 적어도 위장때문에 생긴 증상이었다. 의사라면 환자의 불완전한 말과 증상에 의존하지 말고 적절한 문진으로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항문 불편증으로 대항 전문병원에 가지만 소화기 증상에 대해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신체는 모든 기관이 긴밀하게 연관된 유기체라는 사실은 전문가인 의사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리라.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경우다. 예전에도 사타구니의 간헐적 통증으로 종합병원까지 갔다. 여러 전문과를 전전하며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못 찾았다. 파스를 붙여 보라는 아내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었다. 단순 근육통이었다.
다른 사람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들은 바 있다. 발 통증의 원인을 발에서 찾는 병원들을 전전하다가 척추신경의 문제라는 명의를 맞나 치료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병은 일반 병원에서 치료가 되지만 가끔가다 엉뚱하게 오진하여 불신을 키우게 된다. 아픈 부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근원을 보지 못하는 헛 똑똑이들이 많다 보니 자기 병에 맞는 명의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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