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골목 풍경을 드라이하게 표현했지만 한편으론 차분한 경쾌함도 느껴진다. 단순하지만 꽉 찬 구도는 더 들어올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기에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전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회색조와 머뭇거리는 듯한 붓자국들은 아직 무엇인가 더 그려야 할지 아니면 그만 멈추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미완성인 양 캔버스를 배회한다.’ '의도적 배회' 라고 쓴 한 평론가의 글이 원계홍의 예술 세계를 잘 말해주는듯 하다.
그리다 보면 어디서 붓을 놔야하는지를 결정하기 힘들다. 특히 칠하다 만 듯한 공간은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비움으로서 채운 것보다 더한 미를 줄 수 있다는 오묘한 이치를 원계홍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고삼 시절 교실 우측 창문 밖으로 멋나게 지은 짙은 회색 벽돌 건물이 보였다. 지금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바뀐 공간 건축사무소 사옥이었다. 그는 생전 두번의 개인전를 가졌는데 다 공간 화랑이었다. 아마 건축사무소와 골목 풍경을 다룬 안계홍의 미적 안목과 통하는 게 있었나 보다. (다녀 온 날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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