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상은 민중미술 작가다. 민중미술하면 시위 현장에 내걸린 걸게 그림이 연상된다. 날카로운 조각칼로 거칠게 깎아낸 목판에 검은색을 입혀 찍어낸 무겁고 어두운 그림들 말이다. 질서에 저항하고 선동적이기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런 시각은 다분히 쥔자들이 만들어 놓은 권력에 순종하도록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예술은 시대에 따라 명칭만 바뀌었지 지배하는 사람들 즉 권력층을 소재로 하는 예술이 주류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배자들은 자신들을 우러러 보도록 국민들을 길들여 왔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 예술이 주류로 자리잡지 않았다면 이웃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표현하는 예술도 정답게 다가왔으리라. 흑인이 마치 백인인듯 흑인을 차별하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오지 않았나 하는 찜찜함이 들기도 한다.
전시회명이 말하듯 임옥상 작품은 한마디로 힘찼다. 진흙, 먹, 짚 등 토속적인 매체를 과감하게 치고 발라 힘을 만들었다. 이 땅의 힘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을 평면, 부조, 입체 조각을 통해 은근하고도 힘차게 표현했다. 민중미술이 어둡고 부정적이다 라는 내 관념도 사라지게 했다. 예술은 구분할 필요없이 그냥 예술이다. (다녀 온 날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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