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아트홀 개관1주년 행사에 처음으로 가고 싶은 공연이 생겼다. 하이든 서거 200주년 기념인 하이든 트리오 아이젠슈타트 내한공연이었다. 집 근처에다 토요일 오후 5시이니 모든 것이 느긋하다. 처음 와보는 화성아트홀은 풀 오케스트라가 공연하기엔 무대가 작아 보였지만 아담해 보였다. 무대 맨 첫 줄 가운데를 예약했다.
트리오는 다양한 악기들로 구성할 수 있다. 그 중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트리오를 통상 피아노 트리오라 한다. 피아노 트리오 곡으론 내가 무척 좋아하는 Shubert piano trio 2번 OP100 (D929)가 있다. 오늘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다. 무척 좋아하는 곡을 실연으로 듣는 가슴 벅찬 기대감이 있었다. 이 곡으로 인해 피아노 트리오 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서양 곡들은 가벼운 솔로 소품이거나 아니면 대편성인 교향곡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처음에는 소나타, 교향곡으로 서양 클래식을 좋아했었다. 시간이 가면서 콘체르토를 거쳐 현악4중주, 피아노 트리오와 같은 실내악이 듣기 더 순하게 되었다.
하이든 트리오가 입장하였다. 무대 바로 앞 첫 줄에서 보니 그들의 얼굴 표정, 의상, 손가락 심지어 구두 뒤축까지도 세세하게 볼 수가 있었다. 연주에 앞서 튠닝하는 첼로 소리통에서 '득득' 하는 생생한 소리까지도 들린다. 이렇게 생생한 소리는 처음이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Haydn piano trio Eb Major, C Major 는 처음 듣는 곡이고 어필하는 모티브가 잡히지 않는 평탄한 탓인지 인상 깊진 않았다. 박영란 작곡의 피아노 트리오 2009년 하이든 헌정은 초연임에도 무척 감동적이었다. 선율이 우리 정서에 맞아 순하고 후반부엔 한국적 정서인 꽹가리를 표현했다는 피아노의 고음의 현란하게 빠른 박자는 청중의 감정을 한층 고조시켰다. 피아노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노숙하고 우아해 보였는데 작곡가인 박영란 씨라 한다.
프로그램 마지막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삼중주 Eb Major 다.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즐겨 듣는 애청곡 중의 하나이기에 첫 소절 모티브가 연주될 때 찡한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트리오는 음악의 조화와 화음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바이올린이 모티브를 연주하면 첼로와 피아노는 반주를 한다. 첼로가 이어받아 중후한 소리로 다시 모티브를 연주한다. 그럼 바이올린은 반주로 첼로의 소리를 아름답게 꾸민다. 이어서 다시 피아노가 모티브를 연주한다. 서로 눈빛과 동작을 맞추면서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며 주연과 조연을 한다. 조화와 화음이다. 바로 이점이 트리오의 매력인가 보다. 주연 조연이 따로 없이 모두가 주연이면서 한편으로는 모두가 조연이 된다. 이 세상도 이렇게 굴러간다면 더욱 살 맛이 날텐데 하는 생각이 불연듯 난다. 이 곡은 첼로가 바이올린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첼로의 독주 음절은 환상적이다. 특히 2악장 첼로 연주가는 독특한 해석을 한다. 들어가는 시간을 한 템포 늦춘다. 다름의 미학이다. 누구는 이 곡을 가장 슬픈 음악이라 했지만 나는 한번도 슬픔을 떠올려 본 적은 없다. 짙은 서정성이 짙은 가슴 벅찬 곡이다.
오늘 하이든 트리오 아이젠슈타트는 환상적인 연주를 했다. 피아노 연주가는 별 제스처 없이도 담담하고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가는 꿈에 젖어 있는 듯 몰입도 하고 깨기도 하면서 아주 즐겁게 연주를 했다. 실력이 출중한 피아노 트리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음반을 찾아보니 많지는 않지만 적지 않게 있었다. 처, 아들 모두 기대보다 깊은 감흥을 받았다. 훌륭한 공연이었다.
Thank you. Haydn trio Eisensta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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