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기 모임에서 송년회 일환으로 MBC 마당놀이 토정비결을 관람했다. 공연장인 장충체육관은 중고교 시절 농구팀 응원을 위해 몇 번 왔었다. 36년 전 그때만 하더라도 실내 체육관으론 장충체육관이 유일한 체육관이었다. 이제는 다른 실내 체육관이 많이 생겨 체육행사보다는 이벤트 공연이 많이 열리는가 보다. 장충체육관 둘레로 태극당, 족발집, 영빈관 등 장충동의 거리 풍경은 예전 그대로다.
마당놀이는 연극과 뮤지컬이 혼합된 우리 고유의 공연방식이다. 여기에 거친 입담과 풍자로 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관중과 하나가 되어 신명나게 펼쳐진다. 토정비결은 주관사인 MBC답게 브라운관에 눈에 익은 이정섭, 이영범, 김보화, 강성범 등 탤런트, 개그맨들이 나온다. 여기에 볼거리로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공연이 중간중간 이어간다. 줄거리는 토정 이지함 선생이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적은 토정비결를 저술하게 된 선생의 일대기가 배경이다. 소재 자체가 평범하다. 나라를 위하여 벼슬 길에 오르려 하던 선비가 모함과 정쟁으로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주위를 보며 꿈을 버리고 우주의 이치를 다룬 책을 저술하지만 그로 인해 역경을 겪는다는 얘기다.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얘기다.
사실 마당놀이에는 소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마당놀이의 핵심은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풍자와 해학이 질펀하게 깔리며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며 흥을 주고 받는데 있다. 기존의 성 도덕, 정치판, 사회현상을 해학과 독설로서 비꼬고 풍자하면서 풍속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거친 입담과 재간으로 관객들의 추임세, 웃음, 박수와 활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관객들이 꺼꾸로 공연자들의 사기를 위해 예의상 맞춰주고 있다. 공연자들은 가끔 관중과 대화를 시도하며 참여를 유도하지만 흥을 고조시키기는 못한다. 마당놀이가 티비극처럼 되어버렸다.
관중들은 주로 나이든 층이다. 젊은이들을 위해 현란한 해학으로 비판에 목마름을 해갈시켜 주던가, 아이돌 스타를 끼워 넣어 중고생 청소년층들에게 볼거릴 제공하던 관중연령을 낮추도록 하는 노력이 마당놀이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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