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09년 영화비평가들이 뽑은 관객이 외면한 최고의 명작으로 뽑혔다. 줄거리를 일부 인용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은퇴한 월트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일상은 집을 수리하고 맥주를 마시고 매달 이발하러 가는 것이 전부다. 전쟁의 상처에 괴로워하고 M-1 소총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편이 참회하길 바란다는 월트 아내의 유언을 이뤄주려고 자코비치 신부가 하루가 멀게 그를 찾아오지만 월트에게 그는 그저 ‘가방 끈 긴 27살 숫총각’일 뿐. 그는 참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버틴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믿는 존재는 곁에 있는 애견 데이지뿐이다.
이웃이라 여기던 이들은 모두 이사 가거나 죽고 지금은 몽족(Hmong) 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월트는 그들을 혐오하고 늘어진 지붕, 깎지 않은 잔디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못마땅해 한다. 동네 몽족, 라틴, 흑인계 갱단은 툭하면 세력 다툼을 하고 장성한 자식들은 낯설고 여전히 철이 없다. 낙이 없는 월트는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년 타오가 갱단의 협박으로 월트의 72년산 ‘그랜 토리노’를 훔치려 하고 차를 훔치지 못하게 하고 갱단의 싸움을 무마시킨 월트는 본의 아니게 타오의 엄마와 누나 수의 영웅이 된다. 잘못을 보상해야 한다며 월트의 일을 돕게 된 타오. 엮이고 싶지 않았던 월트는 시간이 가면서 뜻하지 않았던 우정까지 나누게 된다.
타오 가족의 친절 속에서 월트는 그들을 이해하며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가혹한 과거에서 떠나온 그들과 자신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차고 속에 모셔두기만 했던 자신의 자동차 그랜토리노처럼 전쟁 이후 닫아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타오에게 자신감과 자립의지를 불어넣으며 건축현장에 취업시키지만 몽족 깡패에게 폭행을 당한다. 분을 참지 못한 월트는 몽족 본거지로 침투하여 두목을 초죽음 시킨다. 결국 이는 보복의 악순환으로 돌아온다. 몽족 깡패들은 타오의 집을 기관총으로 난사하고 수를 성폭행 한다. 경찰 조사에 피해자와 주민들은 보복의 두려움으로 입을 다문다. 월트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다시 월트는 보복을 준비한다. 자코비치 신부에게 과거 자신의 마음을 억눌러 왔던 세가지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잘못을 비는 고해성사를 한다. 보복에 물불을 가리지않는 타오를 가두고 홀로 몽족 깡패 본거지로 간다. 앞 길이 창창한 타오에게 과거 자신처럼 인생의 큰 짐을 지우지 않으려는 배려이다. 본거지 앞에 선 월트. 그 모습은 클린트우드의 아이콘이기도 한 서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결투 장면이 연상된다. 비장함과 긴장감. 담배 한대를 입에 물고 성냥(여기서는 라이터다)을 꺼내는 순간 총으로 오인한 깡패들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희생으로 몽족 깡패들에게 죄를 묻는다.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이고 완고한 늙으니 월터.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이 고집불통 노인네도 자신을 흔드는 가슴속 상처가 있다. 전쟁 중에 어린 소년병을 죽었다. 이 사실에 괴로워하며 세상과는 담을 쌓고 시니컬하게 살아왔다. 하나 말년에 그가 경멸하던 이웃 몽족에게서 인간을 발견하고 마음을 연다. 경멸스런 세상에서 처음으로 희망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수와 타오에게 마음을 열고 타오의 가족들에게 마음을 연다. 신부에게 마음을 연다. 시도는 해보지만 불행하게도 자신의 자식에게는 끝내 열지 못한다. 손뼉이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 마음은 일방으로 열리지 않는다.
이 영화의 진수는 월터가 내뺐는 군더더기 없는 말 하나 하나다. 원래 총잡이로 나올 때부터 그는 그랬다. 그가 감독한 이 영화에도 그의 전유물인 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카리스마 있고, 딱 부러지고, 징걸징걸 씹으며 뺐는 말.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이 듬북 배어있는 멋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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