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목) 어린이날, 5월 10일(화) 석가탄신일이라 징검다리 연휴다. 가운데 껴있는 토요일에 거제도 외도로 여행하기로 했다. 아침 8시반 출발하여 오산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니 좀 막히다 금세 풀렸다. 막힘 없이 달려 신거제대교에 4시간 만에 도착했다. 아내와 교대로 운전하니 한결 가뿐하다.
섬 주도로인 14번 국도는 고속도로처럼 거의 신호등 없이 달린다. 주도로를 벗어나 왕복 일차선 도로를 접어들었다. 도로는 구불구불 마을을 잇고, 산을 넘는다. 도로와 주변경관이 한가롭고 아름답다. 도중에 있는 자연예술랜드의 호수에는 오리배가 한가하게 떠다니고 있다. 호수의 멀리 보이는 쪽으로 숲 사이로 호수가 나 있다. 아름답다. 배를 타고 유람하면 멋있을 것 같다. 노자산을 넘어 학동삼거리에 40분 만에 도착했다.
점심 후 학동몽돌해변 해변을 거닐었다. 예전에 가본 완도의 구계동 해변은 머리통만한 자갈에서 주먹보다 작은 자갈로 된 검은 자갈 해변이었다. 이곳 돌 크기는 완도 구계동보다 작지만 검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거제도 지도를 보니 몇 군데에 몽돌해변이 있다. 몽돌해변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라는 보통명사였다.
해금강 길목에서 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팻말을 보니 길 오른쪽은 신선대, 왼쪽은 바람언덕이라 적혀있다. 신선대는 해안가에 있다. 해안가를 내려가는 언덕기슭은 화려한 노랑색이다. 유채꽃이다. 신선대는 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넓다란 바위다. 신선대도 볼만 하고 아름답지만, 그곳에서 조망하는 해안 풍경도 아름답다. 바람언덕은 완만한 풀언덕이 있는 곶이다. 만처럼 들어간 도장포구가 내려다 보인다. 오늘은 유난히 안개가 많이 피어 꿈 속을 헤매는 듯 운치를 더한다.
여차와 홍포를 잇는 해안도로에서 주위 섬들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여차를 지나니 난데없이 비포장도로다. 차가 제멋대로 출렁거린다. 처와 아들이 불안해 한다. 나도 그렇다. 중간에 대매물도, 소매물도를 포함하는 섬무리들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나 짙은 안개로 보이질 않는다. 조금만 더 가보자고 간 길이 되돌아 가기에는 먼 길이 되어버렸다. 할 수 없이 그대로 갔다.
저녁이 되어 예약해 둔 해금강호텔에 왔다. 전면에 해금강 섬이 보이는 경치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상당히 오래된 연륜이 있는 호텔이다. 오래되어 시설은 낡았지만 숙소는 비교적 깨끗하고 야외 카페, 주차장은 넓고 짜임새가 있다. 옛날 한가닥 했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요금은 저렴하다.
외도를 가는 선착장은 거제도내에 6군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해금강 선착장이다. 매표소는 호텔 내에 있고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선착장이다. 아침 8시반 매표소에 가니 안개로 출항이 금지상태란다. 금지가 언제 해제될지는 모른단다. 코앞의 해금강은 위로 반쯤 안개로 잠겼다.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결국 해금강도 보이질 않는다. 초조한 선주는 끊임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해대고 있지만 안개는 걷힐 줄 모른다. 지루한 기다림은 오전 내내 계속되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가는 건데...
집에 갈 시간을 염두에 두고 오후 한시를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한시가 되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출발했다.
내게 거제도는 포로 수용소,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자연과는 먼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막상 가보니 섬 내륙 풍광도 아름답고 통영과 이웃한 해안도 무척 아름답다. 이름하여 한려국립해상공원이다. 외도를 못가본 아쉬움은 남지만 거제도를 새롭게 발견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