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영주) 소수서원 + 부석사 + 무섬마을

felixwoo 2016. 10. 12. 19:58

부석사 가는 길목에 소수서원이 있다. 26년 만에 다시 찾았다. 소나무 고목 숲과 소수서원은 그대로 지만 주변으로 역사를 많이 했다. 예전 한가한 분위기는 사라졌다소나무 숲만 온전히 보이지 않고 뒤로 부속 건물들이 조금씩 보인다. 눈에 거슬린다. 소수서원은 여전하다. 담을 나와 백운교를 지나니 엣지 있는 박물관이 있다. 하천을 따라 내려오니 수생식물이 가득한 저수지에서 뭔가 들락날락한다. 수달 같다. 얼굴만 내밀고 나를 빠꼼이 한참 쳐다보더니 사라져 버렸다. 어린 아들이 발가벗고 뛰어 다니던 둑에는 커다란 직육면체 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놨다 


소수서원









부석사는 화엄종이다. 수백 미터 진입로는 반가운 흙 길이고 주위엔 사과농장들이다. 주렁주렁 달린 사과 열매를 보며 걸으니 기분이 유쾌하다. 조금 급한 경사로를 따라 사찰 건물이 하나 둘 나타난다. 건물들은 중앙으로 통로 계단을 내어준다. 숨이 가쁘지만 고찰의 중심으로 가는 길은 경건하다. 끝에 다다르면 평평한 대지 위에 무량수전이 있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배웠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과는 다르게 정면이 아닌 서쪽 측면에 부처님이 계시고 뒤에는 광배를 달았다. 무량수전 좌측에는 부석이 있다. 바위 밑으로 실을 좌우로 흘트면 통과하여 '떠있는 바위(浮石)' 가 증명되었다 한다.  사찰 건물들은 단청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목재들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엄버 색을 내고 있다. 경사지에 그대로 터를 잡아 자연스런 고저차를 이용한 입체적 가람 배치도 멋지지만 단청이 날아간 건물들의 묵직함에서 범접할 수 없는 고상함이 묻어난다. 조경도 좋았다. 내가 본 사찰중 가장 인상이 깊었다. 



부석사












무섬마을은 낙동강 상류 지류인 내성천을 끼고 있다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이 유명하게 된 것은 넓은 하천 모래톱을 가로질러 건너는 에스자형 긴 외나무 다리에 있다. 넓은 하상엔 일부만 물이 흐르고 그것도 얕게 흐른다. 모래 위 외다무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물 위에서는 말이 달라진다. 흐르는 물로 인해 눈이 흔들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머리칼이 곤두선다. 교행이 안되니 군데 군데 플랫폼을 마련했다. 평범한 외나무 다리 하나가 많은 사람들을 끌었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무섬마을








영주는 정돈이 잘된 지역이란 인상을 받았다. 유적지와 차도들이 깨끗하고 정돈이 잘 돼있었다. 소수서원에서는 소화기를 어두운 나무 사각상자에 넣어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부석사는 자물쇠 대신 달팽이 철사를 달아 무서움 대신 부드러움을 취했다. 주의문들은 서체도 아름답지만 기와를 이용하여 고풍스런 사찰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사찰 입구 식당들도 건물 디자인과 사인보드 등이 감각있게 지어져 좋았다 


영주는 사과 도시다. 부석사 가는 길목 양편으로 사과 농장이 빽빽하다. 아내는 홍옥을 좋아한다. 홍옥은 알이 잘고 신맛이 강해 다른 품종에 밀리는 모양이다. 한 소쿠리 샀다. 아주머니가 갈아 먹으라고 흠 있는 것 한 소쿠리를 듬으로 준다. 이래 저래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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