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평창) 하늘마루 염소목장

felixwoo 2018. 8. 21. 23:30

한달 폭염에 지친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는 태풍이 모레 온단다. 출발 전 날씨가 어둡고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다. 평창에 도착하니 흐리지만 햇빛이 구름으로 산란되어져 밝다. 목장을 둘러보기엔 덥지 않고 딱 좋다.

 

외길에 내비게이션 안내도 끝났지만 조금 더 가야 목장이 나온다. 진입로부터 대관령 양떼목장처럼 기업농이 아닌 개인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소박한 느낌이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우리 밖에 없다. 그래서 더 좋다.

 

먹이 주는 체험장에 섰다. 종을 울리면 염소가 온다고 한다. 울려도 한 녀석도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하다. 속 빈 강정인가? 트랙킹 코스로 접어들었다. 왼쪽으로 염소 떼들이 많이 보인다. 다가가니 넓은 구릉지 전체에 염소들이 점점히 박혀져 있다. 우려했던 바가 풀렸다. 염소 떼를 쫓았다. 경사진 척박한 돌밭에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 구부러진 뿔에 턱수염이 있다. 순해 보이지만 눈은 고양이 눈을 닮아 긴장감을 준다. 다가가면 위협을 느끼는지 재빨리 피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까만 흑염소 단일종이다.    

 

펜스가 없는 한가로운 목장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원초적 자유로움. 설렁설렁 걸으며 염소들과 섞여 풀 뜯는 모습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어디선가  '메에햄~~' 울음소리에 나도 비슷하게 화답해 본다. 순한 동물들. 적대감이 없는 상황. 모든 게 고요하고 평화롭다거닐다 보면 그네, 오두막, 평상, 전망대 등이 튀지않게 나온다. 염소가 귀엽게 그려진 푯말를 보니 꺼꾸로 코스를 가고 있었다. 아무럼 어떠라. 내가 가는 게 길이 되는 곳이다. 구획이 없고 경계도 없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경사지에 풀들이 자연스레 내려 앉았다. 수더분한 풍경이 너무 좋다. 거기에 염소와 사람이 구분 없이 섞일 수 있는 이 분위기. 태초의 평화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