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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1899) / 소스타인 베블런 저 / 박홍규 역

felixwoo 2021. 7. 8. 16:54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고 배웠다. 하지만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어들지않는 현상을 베블런은 발견했다. 유한계급(the leisure class)은 가격이 비싸도 별 영향을 받지않기에 주류 경제학의 원리가 적용되지않는 층이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가 계급을 증오하기는 커녕 부러워하고 모방하려 하기에 마르크스의 계급투쟁 이론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현대의 유한계급인 산업사회의 기업인은 기술직에 관심이 없고 상품의 정규적 흐름을 파괴하여 가치가 변하도록 하고, 그 혼란을 이용하여 이윤을 거두어 들인다고 주장했다.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여가 형태를 통해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한 고전이라 흥미가 끌렸다. 주요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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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 경쟁 : 공동체 안에서 나름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질 필요가 생기고, 명성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재산을 획득하고 축적해야 한다. 

 

과시적 여가 :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또 유지하려면 부와 권력을 갖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른바 존경은 오로지 증거에 의해 받는 것이므로 부나 권력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 하인을 계속 고용하는 것은 더욱 강고한 부와 지위의 증거가 된다. 하인은 주인을 위해 재산을 생산하는 집단과, 주인을 위해 과시적 여가를 소비하는 집단이다. 제복이나 하인 복장의 착용은 강한 종속관계를 암시하고, 나아가 실질이든 아니든 예속 관계까지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과시적 소비 : 부가 증대함에 따라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노력하는 것으로는 부를 충분히 과시할 수 없다. 그래서 호화로운 선물을 하거나 돈이 드는 향연이나 오락에 초대하는 형태로 친구나 경쟁 상대의 도움을 빌리게 된다. 현재의 흐름은 분명히 과시적 여가보다 과시적 소비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적 감각의 금전적 기준 : 아무리 가치가 큰 물건이라도 미적 감각에 호소하려면 아름답고 값비싸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워도 비싸지 않은 것은 아름답지 않게 여겨진다. 대중적인 미적 감각은 공원의 장식적인 가지치기나 형태에 맞춘 화단을 높이 평가하는 데서도 볼 수 있다.

 

금전 문화의 표현인 옷 : 단순히 낭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고 만족감도 따른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금전적 성공, 나아가 사회적 지위의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가라는 점과 일하는데 적당하지 않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언제나 최신 유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 유한계급은 고도로 조직화된 현대 산업사회의 경제적 필요성에서 대체로 차단되어 있다. 따라서 유한계급은 보수적이다. 유한계급이 사회 진화에서 수행하는 역할이라면, 움직임을 지체시키고 진부한 것을 온존시키는 것이다.

 

고대적 특성의 보존 : 경쟁 속에서 잘 해나가기에는 선한 본성을 결여할수록 유리하다. 양심의 가책, 동정심, 성실함, 생명의 존중 같은 것과 무관한 사람은 대체로 금전 문화에서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평화로운 현대 사회에서 영리 활동으로 육성되는 것은 약탈적 습관과 능력이다. 

 

용맹의 현대적 보존 : 야만시대의 특징인 잔인성과 민첩성은 약탈적 기질이나 정신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는 협소하고 이기적인 사고 습관의 발로이고, 성공하면 타인에게 차이를 만들고자 하는 개인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고 미적인 가치도 있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 : 도박 기질은 야만시대의 기질에 따르는 또 하나의 특성이다. 요행심의 충격적인 예는 결투 재판, 즉 결투를 통해 흑백을 가리는 제도에 나타난다. 용맹이라고 부른 약탈적이고 경쟁적인 사고 습관은 본래의 일하기 본능이 야만시대를 거치며 변한 것에 불과하다.

 

종교 의례 : 스포츠나 내기를 좋아하는 성격은 점차 종교를 열렬히 믿는 성격으로 변한다. 사제는 가장 높은 자리의 주인에게 봉사하는 자로서, 주인의 위엄을 빌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유지하지만 여전히 종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소비는 대행 소비다. 

 

차별화에 무관심한 기질의 보존 : 모든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 사회나 그 계급이 도달한 문화 수준을 보여주기 쉬운 지표가 된다. 여성에게 태고의 지위를 되돌려주고자 하는 '신여성 운동'은 신분이나 보호나 대행 생활이라고 하는 모든 관계로 부터의 해방을 요구한다.

 

금전 문화의 표현인 고등교육 : 원시적 사회에서 현자나 원로는 형식, 전례, 서열, 의식, 예복 등의 도구에 대해 매우 까다로웠다. 그 일의 대부분이 예의나 교양으로 알려진 과시적 여가의 상당함을 보여주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한계급의 관심은 오로지 재력 등 세상의 평판이 되는 요소로, 지적 방면에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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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지만 지금의 우리 문제는 사치가 유한계급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화 되어 '사치의 민주화'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역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