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절대를 향한 갈망이 있다. ‘포르노그라피아’에서는 인간의 또 다른 갈망 하나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아마도 더욱 은밀한, 어떤 의미로는 법에 배치되기도 하는 것으로, 미완성, 불완전, 열등함, 젊음 등에 욕구다.
미성숙이란 원래부터 타고 나거나 타인들에 의해 강요되거나 문화에 의해 조성되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이 쓴 가면에 의해 고통받다가 마침내 스스로를 위해, 그 자신만의 용도로, 은밀히, 일종의 하위문화를 만들어 낸다. 보완적이고 보상적인 영역이다. 이 부수적인 세계에서 어떤 남부끄러운 시, 어떤 유해한 아름다움이 태어난다.’
이상은 작가의 변이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얘기하지 않기 위해 딴 말을 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된다. 감추어진 내면의 미성숙과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쓴 가면 사이의 비극적인 불균형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결국 인간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서로에게 어떤 형식들, 혹은 우리가 ‘존재 방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부과함으로써, 서로를 만들어 간다. 라캉이 말하듯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성인들인 화자와 프레데릭은 젊음의 순수함과 미성숙의 미를 상상으로 관음하고 탈법에 이용코자 하지만 또 다른 성숙한 성인에 의해 어지렵혀진다. 난감할 때면 젊은이들이 번번이 웃듯이 모두가 웃으며 소설은 끝난다. 문득 김남수의 ‘새’가 떠오른다.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어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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