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우구스토는 에우헤니아에게 한 눈에 반한다. 애인과 결별했다는 그녀에 홀려 결혼을 약속하지만, 결혼 전날 에우헤니아는 애인과 멀리 떠난다. 에우헤니아의 저당을 선의로 풀어주고 그녀의 애인에게 직업을 구해준 아우구스토는 멋지게 배반을 당했다. 아우구스토는 모든 불행의 원천인 자기 자신과 결별하기로 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야기의 저자인 우나무노를 찾아 나선다.
이 작품은 소설 형식이 아니라 새로운 장르인 ‘소셜’이라고 작가는 주장하며, ‘안개’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단일하고 명확한 실체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며, 우리가 고정되고 단일한 실체라고 간주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삶의 동적인 시간성을 언어 구조 안에 역동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소설 형식을 혁신적으로 바꾼다.
'인간은 사물에 이름을 붙이자 마자 그 사물을 보지 못하며 단지 붙였던 이름을 듣거나 쓰인 것을 볼 뿐이다. 언어는 거짓말을 하거나 없는 것을 발명하고 혼동시키는 데 이용된다. 체계화한다는 것은 어떤 사물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막는다.' 며 언어와 형식에 갇힌 소설의 한계를 말한다. ‘살과 뼈의 인간’이 태어나서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이어가는 것처럼, 소설 속의 인물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전개하는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제시한다.
나라는 존재는 시간 속에서 소멸해 버리지만 , 타자의 기억과 재현 속에 나의 목소리는 계속되기에 불멸과 영원성을 꿈꿀 수 있다고 우나무노는 말한다. 마치 돈키호테 속에 세르반테스가 살아있듯, 적을 사랑할 때마다 그리스도가 불멸을 드러내듯…
실존 철학자이자 문학가이기도 한 우나무노의 새로운 글쓰기는 특이해 보였지만 깊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기존의 관념 또는 질서에 허구와 한계를 지적하며 반기를 들었지만 거대한 시류에 거슬러 튀는 의미 있는 물방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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