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라는 난쟁이 인물을 알레고리화하여 반어와 역설 그리고 풍자로 가득한 서사적 표현이 돋보인 작품이라 하지만 내겐 세살에서 성장을 멈춘 난쟁이이자 꼽추가 되어버린 한 장애인이 살아온 30년간의 굴곡진 기록으로 보여진다.
‘더 이상 무얼 말하란 말인가. 전등 아래에서 태어나고, 세 살의 나이에 일부러 성장을 멈추고, 북을 얻고, 노래로 유리를 부수고, 바닐라 냄새를 맡고, 교회 안에서 기침을 하고, 루치에게 먹이를 주고, 개미를 관찰하고, 다시 성장을 결심하고, 북을 파묻고, 서방으로 가서 동쪽을 잃고, 석공 일을 배우고 모델 일을 하고, 다시 양철북으로 되돌아가서 콘크리트 요새를 시찰하고, 돈을 벌고, 손가락을 보관하고, 손가락을 선사하고, 웃으면서 도주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서 체포되고,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고, 그후에 석방되어, 오늘 30회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검은 마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멘. ‘
도처에 슬픔이 수두룩하게 깔린 2차 세계대전 속에서 독일인 혹은 폴란드 인으로 추상적인 아버지를 두기도 하고 추상적 아버지이기도 한 오스카는 다른 정상인이 가질 수 없는 ‘아래로부터의’ 시각 내지는 ‘개구리 시점’에서 사물을 포착한다. 키로서 성숙을 구분하는 정상인 사고의 허점을 파고 들어 못된 술수를 부리기기도 한다. 세 살때부터 치기 시작한 양철북은 그의 정체성이었으며 그의 표현 방법이었고 분노의 배출구였다.
문체나 묘사가 주는 문학적 의미도 있겠지만 한 난쟁이가 세상을 보는 독특한 시각과 경험으로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세계를 약간이나마 이해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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