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년 전 성이 생겨난 후 성적 결합에 관여할 줄 아는 생물들은 선택되었고 성에 무관심한 것들은 사라졌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 인간들도 DNA 조각들을 서로 교환하는 일에 온 정성을 쏟으며 살아간다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성적 결합 속에는 생물학적인 본능이 밑바탕에 깔리지만 인간은 그것에 감성을 입히고 질서를 강제했다. 그리하여 다양한 색깔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즐긴다.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 도 이러한 스토리에 속하지만 색다른 건 바람 피는 여자들의 남자들 이야기다.
‘그녀들이 자기뿐 아니라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다는 사실은 딱히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육체는 그저 육체일 뿐이다’ 라고 여자의 바람에 대해 담대하게 이해하는 듯한 남자라도 막상 그런 상황에 몰리면 그렇지 않은 남성의 이중성을 델리케이트 (하루키가 좋아하는 서구식 표현)하게 표현한다. 결국 남자들은 인내하지 못하거나 담대함이 단지 연기로 변할 뿐이다.
질서에 반하는 은밀한 관계는 ‘하지 못한 질문과 듣지 못한 대답’을 만든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에 빠지고 본능, 감정, 관습, 법 질서 그리고 비이성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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