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전통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이다. 그리고 많은 사적들과 문화재, 민속자료가 있어 도심 속의 거리 박물관이라 불리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사회, 경제상의 이유로 대규모의 토지가 소규모의 택지로 분할되었으며, 지금 볼 수 있는 어깨를 맞댄 한옥은 1930년도를 전후하여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한옥형식의 변화는 도심으로 밀려드는 인구들로 인해 고밀도화 되어가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조선시대로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유적과 문화재들은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이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한다.
전통 한옥이 잘 보존된 마을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출발하기에 앞서 인터넷에서 미리 봐둔 재동 초등학교 앞 북촌칼국수에서 점심을 했다. 가운데 8인용 식탁 하나와 그를 둘러싼 벽에 붙여진 카운터 탁자가 전부인 무척 좁은 식당이다. 망설이다 들어가보기로 했다. 가운데 식탁에는 일행인듯한 사람들이 있었고 벽 카운터에는 일본 관광객으로 보이는 세 명의 여성이 소근소근 되고 있다. 안쪽 구석 카운터에 앉았다. 나는 칼국수, 처는 떡만두국을 시켰다. 칼국수 맛은 우수리가 없이 담백했다.
북촌 관광안내소에서 안내지도를 집어 들었다. 한글판은 동이 났고 영어. 일어판 뿐이다. 추천 루트를 따라 걸었다. 전통 한옥보다는 최근에 지어진 한옥에 공방, 테마 박물관,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집안은 모르겠지만 전통이라고 볼 수 없는 외벽, 담, 창 그리고 어수선한 보안시스템 표지판, 연통, 전선줄 등… 전통이 잘 본존 되었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처는 망원렌즈 카메라로 전통의 미를 담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 실망스럽게 한참 갔다. 추천 루트의 절반쯤 왔을 때 경이스럽게도 전통에 가까운 한옥거리가 나타났다. 외벽 뜰에는 남천이 자라고 열매가 무성하게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일본사람이 특히 많았다.
전통을 보여주는 관광단지로 거듭나려면 전통 한옥은 유지보수만 하고 이곳에 맞지 않는 건물들은 보존코자 시대의 전통 모양과 색깔에 맞춰 신개축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통 생활에 가치를 두거나 생업 근거를 두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통 차, 음식, 관광, 게스트하우스, 공방, 박물관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한옥 생활 매니아 등으로 주거민들이 바뀌어야 자연스럽게 보존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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