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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

felixwoo 2012. 7. 23. 11:19

제목도 독특하고 많은 관객을 끌은 화제작이었다. 시류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의지로 봤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서른 다섯의 건축사가 된 승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 승민,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감정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영화 줄거리 인용) "

 

영화를 본 후 안타까움에 답답하였다. 나이가 들어서 감정 조절이 쉽지 않기에 생각을 멈추고자 노력했다. 대학 강의, 캠퍼스, 짝사랑, 순진한, 고뇌, 담배 연기, , 절친한 친구의 훈수, 꿈들이 뒤엉킨 대학시절. 아련히 떠오른다. 그런 사랑은 없었지만 그러한 사랑을 원했다. 자기 혼자 설레고, 자기 혼자 고민하며, 자기 혼자 낙망하던 때.

 

"지나고 보니 서로 사랑했다. 지금은 사소하지만 당시로선 넘지 못할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는 포기했다. 그러나 서로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직접 전달들은 하지 못했지만 사랑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 (꿈의 집 모형, 시디플레이어) 을 끝내 간직하고 있었다. 시골집 재건은 완성되었다. 떠나려는 순간 자신이 첫사랑이었음을 서현의 고백을 통해 처음 알게 된다. 늦었지만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결혼을 앞둔 승민은 첫사랑의 재현에 괴로와 하지만 이미 바꿀 수 없는 현실. 첫 사랑과의 단절을 위해 고이 간직했던 첫사랑의 흔적(시디플레이어)을 그녀에게 보낸다. "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런 독일 속담을 인용한다.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 한번 사는 인생은 정답이 없다. 그러기에 뒤를 돌아보면 후회도 많고 안타까움도 많고 그러기에 괴롭고 번민한다. 바꿀 수 없는 과거들이다.

 

대부분의 러브스토리는 티각태각 우여곡절의 사랑만 결혼으로 대단원을 마친다. 하지만 결혼은 일막이 될지언정 사랑의 끝은 결혼이 아니다. 결혼하고 애들 낳고, 같이 키우며, 서로의 꿈과 목표를 끊임없이 조정하면서 연애기 때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막, 삼막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치열하게 연애하여 결혼한 후 죽을 때까지 행복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화려한 일막 뒤에 흐지부지한 이막, 삼막이 많고, 혹 가다 중간에서 중단되 버리는 사랑도 있다.

 

과거를 연기한 서연역 배우가 눈에 익었다. 수더분하고  과장된 연기도 아니었다. 너무 예쁘면 현실감도 떨어지고 몰입하지 힘들다.거참 괜찮다.’ 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쯤에 미스에이 한 멤버가 중첩되었다. “. 게네!’ 처가 자다가 등창 두드린다고 핀잔을 준다. 현재의 승민은 엄정화 동생이라 한다. 참 재미있게 캐스팅 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얘기를 탄탄한 스토리로 잘 엮어냈다. 폐가가 된 시골집을 재건하려는 과정은 실패한 첫사랑을 재건하고픈 서연의 심정과도 닮았다. 잘 엮어진 메타포다.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의 연기력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