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는 싸움에 져서 도망친다는 뜻이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원 입대한 주인공들은 전투다운 전투없이 이유를 알수 없는 대기와 후퇴를 반복한다. 아침에 스스로 비웠던 곳을 저녁에는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이상한 짓들이 벌어진다. 돈이 필요해 대체복무로 온 병사들, 무능한 장군들의 경쟁의식, 근거없는 자신감, 체계성을 잃은 작전 등 총체적인 부실들이 만연하고 대규모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우왕좌왕 하면서 이동과 후퇴를 반복한다. 끌려다니는 병사들은 부족한 수면, 굶주림, 피곤함 그리고 부상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제대로 싸우다 죽기를 바란다.
보불전쟁으로 알려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은 독일연방의 좌장격인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하기 위해서 프랑스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며 펼쳤던 전쟁이다. 비스마르크는 전쟁의 빌미를 스페인 왕위계승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왕위계승 교섭과정에서 끊임없이 프랑스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여 1870년 7월19일 프랑스 나폴레옹 3세로 하여금 선전포고를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준비된 프로이센에 비해 준비 안된 프랑스는 개전 초기부터 전력이 열세였다. 계속 밀리던 프랑스 군대는 스당에서 대패 후 두 달도 안되 프로이센에 항복하지만 파리에서는 제3공화국이 선포되고 국방정부가 들어선다. 국방정부는 프로이센과 휴전협정을 맺지만, 파리 시민은 항복 선언을 거부했고 파리코뮌이라는 혁명정부를 탄생시킨다. 국방정부와 72 일간의 내전으로 막을 내린 파리코뮌은 프랑스 대혁명을 마무리하는 종장이요 20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여는 서막이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더니 파리코뮌이 무너진 결정적 이유도 분열이었다.
패주는 주인공 장과 모리스의 얘기라기 보다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과 파리코뮌의 이야기다. 개인의 영웅담은 없고 전쟁의 아이로니와 외부 힘과 내부 힘의 충돌 그리고 전쟁이 빚어내는 비극적이고 참담한 현실을 그들의 눈으로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에밀 졸라를 자연주의 작가라 한다. 그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문학에 적용하였는데, 그가 적용하려 한 자연과학적 방법론은 유전론과 환경결정론으로 요약된다. 유전과 환경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노동, 전쟁 등 프랑스 사회의 총체적 벽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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