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문체는 짧지만 뼈가 있고 다부지다. 그 문체는 충무공의 가이 없는 심정을 노래하기에 어울리고, 고국을 빼앗긴 서른 한 살의 청년이 지닌 가난과 대의를 말하기에 적당하다.
한국인의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이룩한 문명은 개화의 추동력에 합류할 수 없었다. 일본은 문명의 길에서 앞선 자가 선의로써 뒤처진 자를 개발 유도할 책무가 있다는 '동양의 평화'를 명분으로 전쟁 없이 글로서 허약한 조선을 병합했다.
매국노를 탓하기 앞서 나라를 강건하게 만들 기회를 상실한 조선 왕들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 매국노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침탈자 앞에서 춤을 추고 앞장 선 죄가 있을 뿐이다.
안중근은 누구와 상의없이 홀로 결심하고 실행하였다. 그에게 세례를 해주었던 천주교는 그의 대의를 교리에 어긋난다 하여 부정했다. 안중근의 형제들은 모두 독립 운동에 헌신하였지만, 안중근의 자식들 (2남1녀)은 일제 강점기 하에서 한결같이 아버지의 죄를 사죄했다. 각자 생각에 따른 불일치다.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섰다.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와 실탄 일곱 발이었다. 여기에 강제로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리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했다.
그가 원한 건 이토의 목숨이 아니었다. 살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세상은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안중근의 대의는 ‘동양의 평화’다. 모든 나라가 자주 독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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