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읽기

고요한 돈강 (1928 - 1940) / 미하일 숄로호프 저 / 장문평 역

felixwoo 2023. 7. 13. 15:15

선택해야만 하는 러시아 혁명 상황 속에서 자기의 갈 길을 발견하지 못한 채 백군과 적군 사이를 몇 번이고 방황하다가 결국 파멸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돈 강변의 코사크 청년 그레고르 메레코프와 유부녀 아크시냐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의 주제로 하여, 역사의 폭풍 속에 말려든 인간의 운명들을 여러 가지로 묘사하였다.

 

지주를 배척하고 모든 노동자의 평등을 외치는 볼세비키는 땅이 있는 농민에게는 적이었고 그들 치하에서 행해지는 살인 처단은 전 권력과 다를 바 없었다. 공산당이 된 코사크들과 역사적으로 어렵게 일군 자기 땅을 지키려는 코사크들 간에 혁명과 반혁명 전쟁이 일어난다. 

 

외세와의 싸움은 애국심을 유발하지만 내전은 모두의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민족도 625전쟁을 통해 겪어 대부분 실감이 나고 공감이 간다. 하지만 우리 상황은 아물지 않은채 아직도 진행형이다.

 

혁명에서의 참된 모럴은 무엇인가, 격동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의 개인이란 도대체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테마는 바로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또 그는 이 작품에서 역사를 거시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개인의 생활을 자연주의적인 섬세한 표현으로 그리는 톨스토이류의 사실주의를 완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역사에 직면한 개인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은 의지와 동시에 개인을 넘어서 좀 더 넓은 시야를 가르키고 싶은 욕망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민족의 일대 서사시라고도 할 대작으로서 공산혁명의 역사를 전해주는 걸작이다. 

 

숄로호프는 돈 지방 출신이어서 자신이 태어난 지방을 잘 알고 사랑했다. 그는 대초원의 기복진 픙경을 묘사할 수 있고 고유한 코사크 언어들과 풍습 그리고 의식들을 재생 할 수 있었다.

 

반혁명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다 하여 처음에는 비판을 받았었으나 숄로호프는 이 작품으로 세계문단에서 주목을 받아 196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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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읽고 책장 위에 30 여년 그냥 쌓여 있었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묵은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꺼내 들었다. 초반에 흥미롭던 개인사가 중반에는 전쟁사같은 무미건조함으로 바뀌었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생각이 들어 몇 번이나 중지하고픈 고비를 맞았다. 그래도 끝내려는 욕심에 서술적인 자연 묘사나 심리 움직임을 건너 뛰면서 대화만으로 줄거리를 잡아갔고 겨우 끝까지 읽었다.